시험 전 도서관이나 출근길 지하철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떤 고요함 같은게 있다.

출근길 지하철이야 소란스럽기도 하지만, 때때로 사람들은 신문이든, 인터넷이든, 혹은 밤사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수면시간을 충당하기 위해서이든지 자기만의 시간에 빠진다. 도서관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목표를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은 주변의 상황에 어떤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자신만의 과업에 몰두한다.


앞서 언급한 공간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집중을 해야 할 필요나 목적이 없을 때가 있다. 무언가 맹렬히 공부하는 사람들 틈에서 하릴없이 앉아 있는 상황 같은 것 말이다. 오늘은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해 있었는데

토익 시험을 보는 사람들을 멀뚱히 쳐다보며 일당을 받아야 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재밌게도 이러한 상황이 되면 앞으로 나의 두시간은 매우 무료하고 답답한 시간이 될것이라는 좌절감이 생김과 동시에 머리속으로는 무한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것이다. 몸은 고요한 교실 안에 정자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나 또한 시험에 집중하는 사람들 못지 않은 고양의 상태가 된다.


살다보면 이런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현대의 삶 자체가 잘 짜여저 있어, 늘상 어떤 단계를 밟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월요일날 어떤 일을 해내면 화요일은 또 다른일이 기다리고 있고, 힘겹게 주중의 일과를 완수하고 나도 주말에는 나를 기다리는 다른 과업들이 있다. 

사람들은 이런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과 같은 탈출을 꿈꾸지만, 이를 이루는 일 또한 쉽지는 않다.

오늘 두시간은 그래서 무언가 더 흥미로웠다. 아무것도 않하고 가만히 서 있으면서 집중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시험문제를 푸는 사람들에 자극받아 나 또한 노력할 수 있는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일상으로 되돌아오면 앞서의 생각들이 왜 이렇게 멀게만 생각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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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윤 - 180

snow가 사는 모습/시윤이 성장일지 2014. 3. 9. 03:52 posted by 스노우경

어마어마한 시간이 지닜다.

벌써 6개월.


한손에 폰 안기던 아기는 이제 두손으로 들지 않으면 무거워질정도가 되었다.

2.23kg의 작은 몸무게로 태어난 아이는 이제 8kg에 육박한다. 세배의 몸무게가 늘었다.

그 사이 시윤이의 엄마는 시윤이에게 모유를 먹이면서 자신의 식사는 꼬박꼬박 챙겨먹지

않아서인지 몇킬로그램 빠져버렸다. 모유의 구성성분은 피와 같다더니, 그야말로 어머니의

피가 아들의 피와 살이 된 격이다.


시윤이가 눈을 뜨고 또랑또랑 바라보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면,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신기한 사물을 보면 동그랗게 뜨기도 하고, 기분이 나빠지면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시윤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얼마나 신기할까. 이제는 제법 움직이는 사물이나 사람도 부지런히 눈알을 굴리며 응시한다.

앞으로 시윤이는 세상 속에서 얼마나 신기한 것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느끼게 될까 궁금하다.


오늘은 처음으로 이유식을 시작한 날이다. 빠른 아이들은 4개월에도 흰쌀죽을 먹기도 한다지만, 알레르기

체질이어서 아토피가 있는 시윤이는 의사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이유식 시기를 6개월로 늦췄다.

엄마가 직접 끓인 죽을 받아먹는 아이는 수저를 입에 물고서는 연신 입을 쩝쩝거리면서 음식의 맛을

느끼고 있었다. 그걸 보는 나와 시윤엄마는 너무나도 행복하고 아이가 귀여워서 웃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주말이라고 집에만 늘어져 있으면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은 법. 머리가 아프다는 시윤엄마에 말에

늦은 점심을 먹고 산책을 위해 집을 나섰다. 내가 아기띠로 시윤이를 안고 아파트 뒷산을 올랐다.

걷고 쉬며 길게 이어진 공원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한시간이 훌쩍 넘어버리고 우리는 금새 지쳐버렸다.


운좋게도 집근처에 새로 오픈한 커피집을 발견했는데, 커피맛도 좋고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어서

부부가 데이트를 즐겼다. 공원초입에서 잠이 들었던 시윤이는 어째 커피를 마시러 들어오니

잠이 깨서 엄마랑 아빠가 오붓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게 방해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다. 시윤이 때문에 바깥 외출을 많이 하지 못했던 시윤엄마는 머리 아픈게

다 없어졌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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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 경영 멘토링

저자
김성효 지음
출판사
행복한미래 | 2013-05-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행복한 교실을 디자인하기 위한 [학급 경영 멘토링]의 모든 것교...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학교라는 공간을 정의할 때 가장 먼저 사용할 수 있는 단어는 공부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서 가질 수 있는 경험 중 학업적인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적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사회를 경험하고, 인내심을 배우며, 감사하는 법에 대해 알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이 모두 순탄하게 이루어 진다면 걱정할 필요 없겠지만,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다루고 학부모와 씨름하는 영역 즉 <학급경영>은 매우 어렵고도 뜬구름 잡는 주제와 같다.


학급경영이란 학문적으로 정론을 만들기도 어렵고, 그것에 대한 성과를 얻거나 파악하기에도

매우 어렵지만, 그것에 만약 정답이 있다면 이 책이 매우 근접에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렵고 혼란스럽던 와중에 읽고 또 읽고 실천으로 옮겨야 할 좋은 지침서가 하나 생긴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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