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슴을 아리게 하는 노랫말을 갖고 있는데,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중학교 때도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진짜 서른즈음이 되니 매일매일

이 노래 가사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여덜살에 학교에 입학해서 20년 가까이 학생 신분으로 살아오다보면, 배운다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하나의 현상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그러한 배움에는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누락되어 있는 느낌이 

든다.


배움의 목적이 나의 삶에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적인 성과나 타인들의 인정 및 경쟁을 위해서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의 모습을 부정하고 도망쳤으며, 그러한 배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지금 나이가 되고 보니, 내가 진짜 알고 싶어했던 것들은 무었이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얻게된 자격증으로 든든한 월급과 나름 안정된 생활을 얻었지만, 그 속에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 는 의문감만이 생길 뿐이다.


언제까지고 나의 내면에서 들리는 소리를 외면하고 살수는 없는 법이다.


지금 이 글은 나중에 흔들릴지도 모르는 나의 마음을 다잡는 사명선언문이 될 것이며,

내가 서른이 되는 2016년의 나는 나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정내가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새롭게 거듭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인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삶이라는 것은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가는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내 의지에 따라 인생이 변화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나를 둘러싼 환경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안다.

 

마치 산 깊은 계속에서 시내처럼 흐를 때는 나의 의지로

방향을 바꾸기 수월해도, 넓은 강가로 나서면

이미 정해진 곳을 따라 흘러야 하듯,

그렇게 나도 모르는 힘에 이끌려 살아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물줄기가 갈라지는 곳이 있듯, 시기에 적절하게

행동을 하면, 억지로 끌려가지 않고도,

내가 원하는 삶에 가까워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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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 계획하기

snow가 사는 모습/반성과 변화 2015. 5. 22. 00:12 posted by 스노우경

틀에 박힌듯한 일상 속에서 그날 그날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는 것에 위안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기를 어언 2년반, 내 삶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다고 느껴진다. 나랑 비슷한 처지이지만, 나이가 10살이 많은 선배를 만났는데

그가 살아온 지난 10년을 짐작해 보니, 내가 앞으로 살아갈 10년에 대략적으로 머릿속에

상상이된다.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늘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새앙쥐마냥 쳇바퀴를 돌리며 살아가는

모습, 그것이 나의 미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바라던 미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매우 강하게 피어오른다. 20대를 마무리하는 시점, 앞으로 내가 살아갈 삶의

모습을 구체화 시키고, 속도를 내야 할 때다.


그동안 살아가면서 내 삶이 멈추어 있다고 느꼈었던 때가 있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야자와 

0교시 수업에 지쳐가던 고등학교 때가 그랬고, 대학 적응에 실패하고 낮과밤이 뒤바뀐 채

패배자처럼 숨어서 살던 때가 그랬고, 한창 좋을 나이에 땡볕아래에서 전투복을 입고 삽집을

할때가 그랬다. 지금도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나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인생의 깨달음과 성장은 이렇게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던 시기에 이루어졌다. 지금까지의 2년 6개월이 나에게는 그런 셈이다. 지금까지의

그 어떤 공백보다도 길었다. 직장에서는 날마다 새롭고 배우는 것이 있었지만,

그것이 나라는 인간의 성장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퇴근후에는 새롭게 꾸리게 된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뒤로 미루어야 했다. 그리고 이제 어떤 것을 결단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아직도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한 상태이다. 새앙쥐레이스에 빠질 것을 알면서도

다른 것은 또 다시 미루고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지, 내 진짜 인생을 찾아 나서야 하는지 말이다.

그러면서 내가 원하는 것들이 제법 구체화되고 있는 중인데, 가장 우선적인 것은 아무래도

경제적인 자유일 것이다. 남들이 부자라고 인정할 만큼의 자산을 형성하여, 실업이나 질병의

위협에서 안정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싶다.


하지만 또 고민 되는 것은 그렇게 경제적인 안정을 이루고 나면 나의 이러한 알 수 없는

불안감이 해결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가령 교육기관을 설립하여 다양한 사람들에게

교육을 해준다는 꿈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것을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하기 보다 지금 당장

교육 기부를 통해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교육기관의 설립이라는

꿈도 어쩌면 내가 진짜 원하는 이상이 아닐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난 돈이 필요한 것이가, 안정된 삶이 필요한 것인가, 사회에 기여하여 보람을 느끼는 것이

필요한 것인가.


모르겠다.

'엄부자모'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과거 사람들은 엄한 아버지를 바람직한 아버지를 이상적으로

생각했었나보다. 나의 기억속의 부모님은 '엄모자부'의 모습이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리하고

잔소리를 해나가는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내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지 않았다. 그대신

아빠미소를 짓고 바라봐주었다.


 그러나 내 삶과 가치관에 아버지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돌아보면, 크게 할말이 없다.

물론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 아버지의 행동 그런것들이 지금의 내가 있는데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머니의 영향력에 비교하면 적을 수 밖에 없다. 최근에 아버지가 아프시고 나서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들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렇게 아버지와 대화하면서

여태 몰랐던 아버지의 숨은 모습들도 알게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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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윤이가 울고 있다. 아토피때문에 간지러워서 울고, 수족구로 인한 두드러기가 더 아프게 하나보다.

우는 아이에게 엄마 품은 가장 편안한 장소이다. 엄마는 아이에게 거대한 우주와 같다. 아이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필요한 것을 정확히 알아주는 사람은 엄마뿐이다. 그럼에도 아이에게

아버지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위에서도 말했든 나는 아버지와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기는 했다.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닐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내가 겪어보지 않았으니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시윤이에게 아버지로서, 아버지만의 기억을 남기고 싶은데, 어떤식으로

해나가야 할지 고민이 든다.


.

.

.


요즘들어 시윤이가 혹시 아버지가 없는 아이로 자라나게 되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상상을 한다. 지금은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들, 인생이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는 일이고, 내 앞의 닥쳐올 일에 대해

나도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런상황이 된다면 시윤이는 남겨진 몇 장의 사진이나 물건들로 나라는 사람을 

추측하려 할텐데, 그런것들이 한명의 입체적인 인간을 아는데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까 싶다.

그것이 아직 시윤이가 나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지 못함에도, 시윤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남겨두고

싶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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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snow가 사는 모습/오늘하루 돌아보기 2015. 4. 25. 23:31 posted by 스노우경

세상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20대초반, 나는 불평과 불만이 많았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친구들과 밤 늦도록 어울리는 것을 즐겼다. 나쁜일을 한건 아니다. 그저 근처 게임방이나 노래방을 어슬렁 거리다가, 누군가 실연이라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함께 술집으로 가는게 전부였으니까.

그때마다 마지막은 늘 출출한 배를 부여잡고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편의점의 불은 24시간 꺼질줄은 몰랐고, 새벽에는 어두워진 밤거리에 대비되어 유난히 밝게 느껴졌다. 그리고선 친구들과 줄지어 서서 새벽에 배달된 신선한 삼각김밥을 컵라면과 먹었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나름의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우리들의 마음에는 삶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렇게 살아도 될까' 하는 생각들.



오늘 편의점에서 컵라면에 삼각김밥까지 사서 어두워진 거리를 걷는데, 스무살의 그런 고민이 되살아났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그리고 과연 이십대의 끝자락에 서 있는 나는 이십대를 어떻게 보냈는가 하는

질문이다.


알수없다.

이렇게 살다가 죽는게 내 운명인지도 모르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그렇지 않다면 내 삶을 변화시킬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을지도 모르겠고,

꿈에 관하여

snow가 사는 모습/반성과 변화 2014. 11. 16. 19:54 posted by 스노우경

'꿈'은 참 좋은 말이다. 내일의 희망을 말할 수 있고 오늘의 비루한 현실을 잊을 수 있게 해준다.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 간절히 원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 아니 완벽하게 이루지는 못할지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자체로도 그것에 가까워 질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꿈을 설정하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서로의 꿈을 공유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도 대입시켜 본다. 나도 꿈이 있다. 아주 많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내 꿈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런데 조금 이살한 일이 생겼다. 내가 살아온 세월이 적지 않음을 깨닫게 되면서 나의 꿈을 말할 때

민망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왜나면 내가 갖고 있는 꿈을 이미 이루고 있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 앞에서 여태 그것을 꿈만 꾸고 있는 나의 모습이 민망스럽고 초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령 내 꿈을 유럽베낭 여행이라고 해보자. 실제로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와 비행기 표값과 현지 체류비 등을

계산하면서 내가 여행할 나라들의 목록과 여행 경로를 작성해 보기도 하였다. 당시에는 상상할수도 없을 만큼

큰 돈이 드는 일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내가 스무살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장학금을 받고, 각종 해외 연수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면 그런 문제쯤은 쉽게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의 20대는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고, 유럽여행은 여전히 꿈으로

남아있다. 근데 내게는 여전히 10년이 넘도록 꿈으로만 남이있는 그 일이 이미 성취한 현실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나보다 상황이 어려웠을 수도 있고, 더욱 많은 노력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꿈만 꾸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니 안좋은 점이 늘어나지만, 이런 부분은 특히 더 크게 다가온다.

이룰 수 없는 망상을 안고 환상속에서 살아갈 것이 아니라면, 실천을 해야 한다. 원하는 바가 있다면,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일을 추진시켜 나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누굴 원망하기도 민망하고, 원망의 활시위를 돌릴 수도 없다. 단지 내가 진짜 꿈꾸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구나.

나는 내 꿈과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살고 있었다는 자각이 화살처럼 박힌다.


모르는 척 그렇게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나를 찾자. 그리고 다른건 잊자.


오늘은 시윤이 생후 303일이다. 지난주부터 시윤이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으나 게으름으로 미루어졌다.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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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일경에 작성한 글에서 시윤이의 몸무게를 8키로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때는 아마 7키로가 조금 넘는 시점이었을 것이다. 6개월을 넘어서고나서는 몸무게가 급격하게 늘지 않고 키가 크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10키로가 아직 안되는 무게이지만 키는 쑥쑥 성장해서 식탁의자를 잡고 일어서면 식탁 위로 머리끝이 삐죽 튀어나온다.


8개월경 아바아바 하는 식으로 말문이 트이더니, 이제는 제법 아빠 소리를 낸다. 엄마 소리는 아직 한번도 내지 않았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시윤엄마가 시윤이에게 "아빠 어디있어?" 이러면 시윤이는 아빠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거나 하는데, 시윤이에게 아빠는 하루종일 같이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시윤엄마는 아빠가 오면 "아빠 오셨네", "아빠 안녕" 이런식으로 반복적으로 아빠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래서 이제는 아빠라는 단어는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얼마전부터는 시윤이에게 "엄마"를 가르치기 위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이야기 해준다. 똘똘한 아이이기 때문에 곧 배울 것이다.



내가 성장일지를 쓰고자 하는 이유는 아이의 첫번째 시점을 기록해주기 위해서이다. 그동안 많이 놓치긴 했지만, 일단 시윤이가 먹은 것을 나열하자면

분유, 쌀밥, 건빵, 아기과자, 이유식 (안심, 양파, 당근, 오이, 감자, 고구마, 단호박, 브로콜리, 닭가슴살, 시금치 각종 과일(사과, 배, 바나나, 참외, 수박, 자두 ), 메로나, 보석바정도 된다.


이제 소금간을 한 음식들도 조금씩 먹기 시작하면 시윤이가 먹는 음식도 하나씩 늘어날 것이다.


처음으로 아기가 자전거를 타는 날은 언제일지, 처음으로 차가운 콜라를 먹고 트름을 하는 날은,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넘어지는 날은 언제일지, 아빠와 함께 축구를 하게 될 날은 언제일지 궁금하다.



최근에 있었던 가장 큰 일은 시윤이가 수족구병을 앓았던 일이다.

약 2주전 누나네 둘째아가인 동후가 병원에서 수족구 의심 진단을 받았다. 그 주말에 누나네랑 만나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으나, 안만나고 그냥 시윤이할머니 집에 갔다. 그런데 문제는 동후가 금요일 저녁에 할머니집에 들렸던 것이다. 수족구는 침이나 분비물로 전염되는데, 감염자가 만졌던 물건을 통해서도 전염이 된다.

그 다음주 목요일쯤부터 시윤이 발과 배쪽에 두드러기가 나더니 입속과 팔,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밤에 잘자는 아기가 십분마다 깨며 울었다. 이틀째부터 아이는 목이 쉰채로 낮에도 계속 울었지만, 병원에서도 별다른 약을 처방해주지 않았다. 몸이 뜨거워 지는 것을 막기 위해 찬 수건으로 몸을 닦거나 목욕을 시키며 병의 진전을 바랬으나 며칠간은 계속되었다. 주일에 병원도 안가고 아이를 끌어 안고 다시한번 병원에 갔다. 의사선생님은 항생제라며 약을 조금 주셨다. 시윤이는 입속의 두드러기가 아퍼지기 시작하자 분유를 빠는 것도 거부해서 숟가락으로 분유를 떠서 입에 먹였다. 주일 저녁에 아버지가 오셔셔 시윤이 치즈와 바나나 등을 사주셨으나, 시윤이는 바나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시윤이 처가에서도 시윤이가 걱정되서 평일날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찾아오셨고, 장모님을 좋아하는 시윤이는 장모님과 조금 놀다가 씻고 잠들었다. 그러나 그날 밤에도 마찬가지로 수시로 깨었고, 계속해서 울었다. 6일째가 되니 아이가 분유를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여전히 이유식은 거부했지만, 평소 200씩 먹던 분유를 240씩 먹고도 빈 우유병을 빨았다. 그날 시윤이는 때때로 웃었으며, 밤에는 간간히 깨서 엄마를 찾았으나 목쉰소리로 울지 않았다.


아직도 수족구의 흔적은 발등과 몸에 조금씩 남아있다. 상처는 곧 아물겠지만, 엄마와 아빠의 조바심 나는 기억은 꽤 오래 지속될 것이다. 세차게 울어대는 아이를 안고 응급실에 가아하나, 입원을 해야하나 고민했던 순간에는 자식대신 아프고 싶다는 부모의 마음을 저절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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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전 도서관이나 출근길 지하철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떤 고요함 같은게 있다.

출근길 지하철이야 소란스럽기도 하지만, 때때로 사람들은 신문이든, 인터넷이든, 혹은 밤사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수면시간을 충당하기 위해서이든지 자기만의 시간에 빠진다. 도서관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목표를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은 주변의 상황에 어떤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자신만의 과업에 몰두한다.


앞서 언급한 공간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집중을 해야 할 필요나 목적이 없을 때가 있다. 무언가 맹렬히 공부하는 사람들 틈에서 하릴없이 앉아 있는 상황 같은 것 말이다. 오늘은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해 있었는데

토익 시험을 보는 사람들을 멀뚱히 쳐다보며 일당을 받아야 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재밌게도 이러한 상황이 되면 앞으로 나의 두시간은 매우 무료하고 답답한 시간이 될것이라는 좌절감이 생김과 동시에 머리속으로는 무한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것이다. 몸은 고요한 교실 안에 정자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나 또한 시험에 집중하는 사람들 못지 않은 고양의 상태가 된다.


살다보면 이런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현대의 삶 자체가 잘 짜여저 있어, 늘상 어떤 단계를 밟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월요일날 어떤 일을 해내면 화요일은 또 다른일이 기다리고 있고, 힘겹게 주중의 일과를 완수하고 나도 주말에는 나를 기다리는 다른 과업들이 있다. 

사람들은 이런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과 같은 탈출을 꿈꾸지만, 이를 이루는 일 또한 쉽지는 않다.

오늘 두시간은 그래서 무언가 더 흥미로웠다. 아무것도 않하고 가만히 서 있으면서 집중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시험문제를 푸는 사람들에 자극받아 나 또한 노력할 수 있는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일상으로 되돌아오면 앞서의 생각들이 왜 이렇게 멀게만 생각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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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윤 - 180

snow가 사는 모습/시윤이 성장일지 2014. 3. 9. 03:52 posted by 스노우경

어마어마한 시간이 지닜다.

벌써 6개월.


한손에 폰 안기던 아기는 이제 두손으로 들지 않으면 무거워질정도가 되었다.

2.23kg의 작은 몸무게로 태어난 아이는 이제 8kg에 육박한다. 세배의 몸무게가 늘었다.

그 사이 시윤이의 엄마는 시윤이에게 모유를 먹이면서 자신의 식사는 꼬박꼬박 챙겨먹지

않아서인지 몇킬로그램 빠져버렸다. 모유의 구성성분은 피와 같다더니, 그야말로 어머니의

피가 아들의 피와 살이 된 격이다.


시윤이가 눈을 뜨고 또랑또랑 바라보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면,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신기한 사물을 보면 동그랗게 뜨기도 하고, 기분이 나빠지면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시윤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얼마나 신기할까. 이제는 제법 움직이는 사물이나 사람도 부지런히 눈알을 굴리며 응시한다.

앞으로 시윤이는 세상 속에서 얼마나 신기한 것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느끼게 될까 궁금하다.


오늘은 처음으로 이유식을 시작한 날이다. 빠른 아이들은 4개월에도 흰쌀죽을 먹기도 한다지만, 알레르기

체질이어서 아토피가 있는 시윤이는 의사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이유식 시기를 6개월로 늦췄다.

엄마가 직접 끓인 죽을 받아먹는 아이는 수저를 입에 물고서는 연신 입을 쩝쩝거리면서 음식의 맛을

느끼고 있었다. 그걸 보는 나와 시윤엄마는 너무나도 행복하고 아이가 귀여워서 웃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주말이라고 집에만 늘어져 있으면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은 법. 머리가 아프다는 시윤엄마에 말에

늦은 점심을 먹고 산책을 위해 집을 나섰다. 내가 아기띠로 시윤이를 안고 아파트 뒷산을 올랐다.

걷고 쉬며 길게 이어진 공원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한시간이 훌쩍 넘어버리고 우리는 금새 지쳐버렸다.


운좋게도 집근처에 새로 오픈한 커피집을 발견했는데, 커피맛도 좋고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어서

부부가 데이트를 즐겼다. 공원초입에서 잠이 들었던 시윤이는 어째 커피를 마시러 들어오니

잠이 깨서 엄마랑 아빠가 오붓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게 방해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다. 시윤이 때문에 바깥 외출을 많이 하지 못했던 시윤엄마는 머리 아픈게

다 없어졌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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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가 사는 모습/시윤이 성장일지 2013. 10. 10. 23:09 posted by 스노우경

귀차니즘과 어플리케이션 인증 오류등이 뒤섞여 한동안

로그인을 못함.


축복이는 3일간 집에서 휴식을 취한 후 인천의 엄마집으로

엄마와 함께 산후조리룰 하러 떠난다.

삼일간 아들을 못만났지만, 다행이 개천절과 학교장 재량 휴업일이

이어지는 4일간의 연휴가 생겨서 4일동안 인천에서 다시금

축복이와 지혜와 세가족이 재회한다. 그 후 또 이틀을 출근하고

아버지의 생일과 할머니의 방문을 겸사겸사 한글날 안산으로 데려온다.

그러고 오늘은 한글날 다음날인 10월 10일이다.


저녁에 잠깐 접속하는거 귀찮다고 빼먹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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