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윤이 생후 303일이다. 지난주부터 시윤이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으나 게으름으로 미루어졌다.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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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일경에 작성한 글에서 시윤이의 몸무게를 8키로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때는 아마 7키로가 조금 넘는 시점이었을 것이다. 6개월을 넘어서고나서는 몸무게가 급격하게 늘지 않고 키가 크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10키로가 아직 안되는 무게이지만 키는 쑥쑥 성장해서 식탁의자를 잡고 일어서면 식탁 위로 머리끝이 삐죽 튀어나온다.


8개월경 아바아바 하는 식으로 말문이 트이더니, 이제는 제법 아빠 소리를 낸다. 엄마 소리는 아직 한번도 내지 않았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시윤엄마가 시윤이에게 "아빠 어디있어?" 이러면 시윤이는 아빠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거나 하는데, 시윤이에게 아빠는 하루종일 같이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시윤엄마는 아빠가 오면 "아빠 오셨네", "아빠 안녕" 이런식으로 반복적으로 아빠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래서 이제는 아빠라는 단어는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얼마전부터는 시윤이에게 "엄마"를 가르치기 위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이야기 해준다. 똘똘한 아이이기 때문에 곧 배울 것이다.



내가 성장일지를 쓰고자 하는 이유는 아이의 첫번째 시점을 기록해주기 위해서이다. 그동안 많이 놓치긴 했지만, 일단 시윤이가 먹은 것을 나열하자면

분유, 쌀밥, 건빵, 아기과자, 이유식 (안심, 양파, 당근, 오이, 감자, 고구마, 단호박, 브로콜리, 닭가슴살, 시금치 각종 과일(사과, 배, 바나나, 참외, 수박, 자두 ), 메로나, 보석바정도 된다.


이제 소금간을 한 음식들도 조금씩 먹기 시작하면 시윤이가 먹는 음식도 하나씩 늘어날 것이다.


처음으로 아기가 자전거를 타는 날은 언제일지, 처음으로 차가운 콜라를 먹고 트름을 하는 날은,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넘어지는 날은 언제일지, 아빠와 함께 축구를 하게 될 날은 언제일지 궁금하다.



최근에 있었던 가장 큰 일은 시윤이가 수족구병을 앓았던 일이다.

약 2주전 누나네 둘째아가인 동후가 병원에서 수족구 의심 진단을 받았다. 그 주말에 누나네랑 만나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으나, 안만나고 그냥 시윤이할머니 집에 갔다. 그런데 문제는 동후가 금요일 저녁에 할머니집에 들렸던 것이다. 수족구는 침이나 분비물로 전염되는데, 감염자가 만졌던 물건을 통해서도 전염이 된다.

그 다음주 목요일쯤부터 시윤이 발과 배쪽에 두드러기가 나더니 입속과 팔,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밤에 잘자는 아기가 십분마다 깨며 울었다. 이틀째부터 아이는 목이 쉰채로 낮에도 계속 울었지만, 병원에서도 별다른 약을 처방해주지 않았다. 몸이 뜨거워 지는 것을 막기 위해 찬 수건으로 몸을 닦거나 목욕을 시키며 병의 진전을 바랬으나 며칠간은 계속되었다. 주일에 병원도 안가고 아이를 끌어 안고 다시한번 병원에 갔다. 의사선생님은 항생제라며 약을 조금 주셨다. 시윤이는 입속의 두드러기가 아퍼지기 시작하자 분유를 빠는 것도 거부해서 숟가락으로 분유를 떠서 입에 먹였다. 주일 저녁에 아버지가 오셔셔 시윤이 치즈와 바나나 등을 사주셨으나, 시윤이는 바나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시윤이 처가에서도 시윤이가 걱정되서 평일날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찾아오셨고, 장모님을 좋아하는 시윤이는 장모님과 조금 놀다가 씻고 잠들었다. 그러나 그날 밤에도 마찬가지로 수시로 깨었고, 계속해서 울었다. 6일째가 되니 아이가 분유를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여전히 이유식은 거부했지만, 평소 200씩 먹던 분유를 240씩 먹고도 빈 우유병을 빨았다. 그날 시윤이는 때때로 웃었으며, 밤에는 간간히 깨서 엄마를 찾았으나 목쉰소리로 울지 않았다.


아직도 수족구의 흔적은 발등과 몸에 조금씩 남아있다. 상처는 곧 아물겠지만, 엄마와 아빠의 조바심 나는 기억은 꽤 오래 지속될 것이다. 세차게 울어대는 아이를 안고 응급실에 가아하나, 입원을 해야하나 고민했던 순간에는 자식대신 아프고 싶다는 부모의 마음을 저절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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