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학교에서 있었던 봉사활동도 끝내고 홈커밍데이에도 다녀와서는 그 길로 영화를 보러
두정역 씨너스로 갔다. 같이 갔던 일행의 사정상 가장 빠른 영화를, (그는 완득이를 보고 싶어했으나
난 이미 봤던 영화이므로) 고르다보니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평소 영화 정보에 그렇게 발빠르진 않은지라
좀 생소한 영화였다. 어쩐지 베드신도 좀 많을 것 같은 므흣한 기대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근데 이거 꽤나 잘 짜여져있었다. 코믹로맨스 영화를 표방한 영화답게 영화 내내 희극적인 요소를 계속
집어넣어주면서도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장치들을 여러가지 마련해놓은 것 같았다.
시작하는 연인들이 보기에 적합한 영화이고, 단순히 웃을거리를 원하는 사람들도 만족할 수 있다.
나는 영화를 보며 뒷 내용을 계속 예측하며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는데, 감독의 섬세함이 컷마다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영화 곳곳에 복선이 숨어있으니, 추리영화와 같은 느낌으로 봐도 좋을 듯 하다.
짧은 내용 요약 (네이버 영화 정보)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커플 탄생의 ‘나비효과’를 여실히 증명해주는 독특한 구성을 확인하라!
운전 도중 갑자기 날아온 농구공 때문에 1초 만에 사랑에 빠지게 된 커플, 느닷없이 만난 은행강도 때문에 진짜 인연을 찾게 된 커플, 목구멍에 걸린 젤리로 오빠 동생 하던 사이가 하루아침에 부부가 되기까지~! 악연인지, 우연인지, 필연인지, 인연인지 모를 모든 예측불가능한 순간들이 모여 완성되는 놀랍고도 신기한 커플 탄생의 법칙을 그린 <커플즈>는 ‘생판 모르던 두 남녀가 티격태격하다 자기도 모르게 정이 들고, 결국 사랑에 눈뜨게 되어 커플이 된다’는 흐름의 서사적인 러브 스토리를 과감하게 탈피, ‘커플 탄생의 나비효과’를 독특한 구성으로 펼쳐낸다.
‘나비효과’란 나비의 날개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키는 현상에 대한 이론으로 <커플즈>에서 이 이론은 기상천외한 ‘커플 탄생의 과정’으로 여실히 증명된다. 대출금 갚으러 갔다 은행강도를 만난 유석, 자신을 차버린 옛 남친을 회상하는 사이 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애연, 가짜 돈다발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 보낸 병찬, 새 인생 살려다 옛 남친 친구에게 붙잡힌 나리, 그리고 이 모든 악재의 중심에 놓여 갖은 수모를 겪는 복남까지, 하룻동안 다섯 싱글 남녀에게 펼쳐지는 스토리들은 ‘모든 결과에는 이유가 있다’는 옛말처럼 상호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결국, 하나의 주제를 향해 달려간다. 뿐만 아니라 각 에피소드는 시간에 따라 펼쳐지는 일반적인 흐름을 벗어나 사건의 면면을 점층적으로 오픈하는 일명 ‘메멘토식’ 구성으로 전개되어 관객들로 하여금 스스로 전체 스토리를 완성해나가는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이렇듯 그물처럼 얽히고 설켜 있지만 영화가 끝난 후에는 무릎이 탁 쳐질 정도로 촘촘한 짜임새를 자랑하는 <커플즈>의 스토리 구조는 이전에 볼 수 없던 기발함으로 신기하고 놀라운 ‘커플 탄생의 법칙’을 스스로 재구성해나가는 재미까지 선사할 것이다.
Production Note
얽히고 설킨 시간과 관계를 종합하는 회심의 한 컷!
2,200여 컷 중 다섯 주인공이 함께 등장하는 컷은 단 하나!
다섯 싱글의 예측불허 커플탄생기를 담은 영화 <커플즈>에서 정작 다섯 인물들이 모두 등장하는 씬은 단 한 컷에 불과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다섯 명이 한 컷에 등장하긴 하지만 이들이 모두 함께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장면은 단 한 컷도 없다는 사실이다. 옴니버스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주인공들이 서로를 눈치채지 못하는 이유는 <커플즈>가 하루 동안 일어난 사건을 시간순이 아닌 각각 유석, 복남, 나리, 병찬, 애연으로 이어지는 인물별 시점 순으로 에피소드를 선보이기 때문. 이렇게 다섯 인물이 동시에 한 장소에 모이는 단 한 컷은 흩어져 있던 이들이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유석의 집을 향해가고 있는 골목길 장면이다. 이 짧지만 강렬한 한 컷은 유석과 애연이 밤길을 나란히 걷고 있는 가운데, 담장 밑에는 유석을 보고 놀란 나리가 숨어있고, 찻길로는 병찬과 복남이 타고 있는 고급세단이 유유히 지나가는 기막힌 운명의 순간을 담았다. 이 장면을 위해 모든 앵글의 중심에 선 두 인물, 김주혁과 이윤지는 골목을 걷고 또 걸어야 했고, 이시영은 밤새 담장 밑에 쪼그리고 앉아 이들을 지켜보는 연기를 반복했다. 여기에 공형진과 오정세는 OK 사인이 떨어질 때까지 같은 길을 돌고 또 돌아야 했다고. 이렇게 배우들의 연기가 무한 반복되는 동안 촬영팀은 다각도의 앵글에서 이 장면을 담아냈고, 영화 속에서 이들의 얽히고 설킨 시간과 관계를 종합하는 회심의 한컷으로 관객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