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감독 안상훈 (2011 / 한국)
출연 김하늘,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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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고백하자면 난 이 영화를 보기 전 기본적인 시나리오나 배경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다만 주인공들의 이름과 시각장애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영화관에 들어가기 바로 조금 전에야
스릴러 영화라는 것을 알았다. 제목과 등장인물만으로는 휴먼드라마가 상상되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릴러 영화로서 두 시간내내 긴박함을 주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극 전개가 상당히 매끄럽고 섬세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김하늘이 연기하는  시각장애인 수아가 극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렇기에 자칫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영화를 기획하고 연기하면 억지스러운 부분이 발생할 여지가 큰데 영화는 그런 부분에 있어 신경을 많이 쓴 듯 보였다. 다만 후천적인 사고로 시각장애인이 된지 3년여 밖에 안된 수아가 마치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인듯 말한다던가 점자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모습에선 약간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극적인 연출이라고 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

영화에선 일단 수아와 범인의 대결구도가 가장 중심적인데, 이렇게 보면 수아는 늘 약자의 입장에 처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주변 사물이나 상황에 의존을 하게 된다. 이 또한 스릴러의 한 가지 재미가 되면서 극의 긴장감또한 높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하철 추격신에서의 스마트폰, 엘레베이터에서의 슬기의 활약, 그리고 보육원에서 전기를 끊고 지하에서 성냥에 의존하는 것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사건을 담당하는 조형사님은 열심히 범인을 추적해서 직접 대면하게 되지만, 동료없이 혼자다니다가
맥없이 당하고,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범인은 지나치게 집요하고 강하다. 내가 최근에 보았던 스릴러 영화로는 '악마를 보았다'가 있는데, 잔인성면에서나 성적인 묘사에서나 블라인드는 조금은 순화를 했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은 될 것 같다 (라고 말하지만 잔인하기는 거기서 거기인 수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이해가 되고, 독특한 시선이나 전개도 좋다. 하지만 영화속의 등장인물들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은 좀 약하다. 즉 각자의 행동이나 말에서 사상이나 생각을 읽기 힘들다는 것.
가령 '범인이 왜 이런 범죄를 저지를까'하는 말따위다. 감동도 있고 재미고 있고, 스릴러의 긴장도 느낄 수 있었지만, 그것이 단지 감독이라는 전능자의 의해 움직여지는 장기판의 말 같다고 느껴진 것이다.

가령 소설이지만 매우 사실적인 영화들은 '이 이야기 진짜에요?' 라는 질문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하는데 블라인드에 관해서는 그런 질문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영화 내용과는 별개로 영화가 끝나자 여운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현실로 매우 빠르게 복귀했다.

총평을 말하자면 감독의 다음작품 또한 기다려진다. 신선한 시각을 다시한번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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